마음 처방전
오래 숨죽여 소망을 품은 이들을 위한 마음책
“동료가 연구 업무에 진전이 없어 슬럼프에 빠져 있습니다. 동료를 격려하고, 지원하고, 응원하여 슬럼프에서 벗어나게 돕고 싶습니다!” 동료와 응원을 주고받는 것은 스트레스, 패배감, 불안 등의 무거운 감정을 서로가 이해하면서 조금씩 덜어주는 일이다. 무기력에서 벗어나 애정을 다해 서로를 안아줘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책을 소개한다.
북 큐레이터 김이듬 시인
MIND PRESCRIPTION

마음 처방, 하나
심리학자 마이클 투히그‧클라리사 옹의 인문서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오늘도 지친 하루였는가? 불안, 스트레스, 걱정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렸다면,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 자기증명과 인정욕구로부터 벗어나는 10가지 심리학 기술》(수오서재, 2023)을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는 무능해 보일까 봐, 실수할까 봐, 전전긍긍하지 않는가? 간단한 메일을 보내는 일에도 여러 차례 확인을 거쳐야 마음이 놓이는가? 주어진 과제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밥을 먹고, 운동하고, 친구를 만나는 평범한 일상을 놓치는가? 더 좋은 선택이 있지 않을까에 대해 의심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중요한 일을 미루는가? 언제나 조금 더 잘하려 애쓰는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이 무능해 보일까 봐, 실수할까 봐 두려움과 불안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완벽주의자는 본질적으로 자기 비판적이다.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했기에 이만큼 성취할 수 있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은 자기비판이 성공의 원동력이라는 신화를 단호하게 부정한다. 자신을 압박하고 채찍질하는 것을 일을 당장 멈추라고 조언한다.
불안장애와 강박장애를 연구하는 임상심리학자인 두 저자는 내담자들뿐 아니라 가까운 동료, 심지어 자기 자신 역시 완벽주의의 덫에 빠져 심한 불완전감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고는, 이론이 아닌 실제 삶에서 완벽주의를 이해하고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들은 완벽주의로 인한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재설정할 수 있는 10가지 심리학 기술들을 소개한다. 자신을 규정짓는 완벽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을 더욱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관점과 태도를 이 책을 통해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것, 설레며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것, 기꺼이 고통을 감수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라. 거기서 출발해라. 가치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으며,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없다. 당신이 선택했기에 옳다.” - 책 속에서
MIND PRESCRIPTION

마음 처방, 둘
시인 김광섭의 시집 《빛의 이방인》
「저녁에」, 「성북동 비둘기」로 유명한 김광섭 시인은 일제 강점기에 조국의 해방을 노래하고 외쳤다. 지금 우리 곁에 살아있는 김광섭 시인은 그의 두 번째 시집 《빛의 이방인》(파란, 2022)에서 한 인간의 해방을 노래한다.
시인은 성공과 패배의 강박에서 해방되고자 한다. 그는 “살아 있는 나 자신을 위해” 기쁨을 발견하며 “빛과 동침”하자고 한다. 또한 소멸해 버릴 것 같은 ‘나’를 소생시키고 회복하게끔 하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
슬픔이나 패배감이 자멸의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인류를 소생시키는 어떤 에너지로 인식하는 시인의 태도에서 독자는 자신의 슬럼프에서 벗어날 용기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가 “들판에 핀 꽃을 보고” “영혼이 맑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자기 몸을 돌볼 수 있다고 시인은 말한다. 새가 작은 부리로 우리의 배고픈 영혼에 먹이를 넣어주는 작품 한 편을 소개한다.

<새 능력>
야생화를 봐 온 광야가 꽃밭이야

영혼이 맑아진 것을 들판에 핀 꽃을 보고 안다
씻어 깨끗이 하라 썩은 몸을 돌보겠다
새 아침에 새집에서 새 얼굴과 새 마음을

네가 쉴 곳을 가꿀 때 네 뒤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새가 있었다
새가 네 영혼에 벌레를 주었지
작은 부리에 작은 생명을 머금고 있는 마음

개울가에 돌들
발을 내디디면 영은 가난하여 출렁거렸으나 걸음마다 빛이 둘러싸고 있다
예쁘고 다정해
하늘에서 기도하고 사랑해

달빛을 봐
달은 밤과 함께 간다
밤에 서리가 껴도 빛으로 꽃 피울 거다
곧 숨이 멎어도 죽 한 숟갈 떠 심장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인간의 최선
검은 눈을 하얗다 말하는 마음을 사랑하고 하얀 눈을 검다 말하는 마음을 죽여라
낯부끄러움도 사랑이다
늪에서 해골을 건져 올리면
빛이 해골의 뿔을 내리쬐고 있다
그 빛 속에 닭의 목을 치다 흘린 피로 우리의 배를 채우는 어머니가 있다

백숙과 식혜가 먹고 싶어요
벌초하는 어머니……

네 몫까지 잘 견디고 있다
너는 떠다니고 있어
떠다니다 지상의 향이 지면
빛으로 쏟아질 거다

네가 흘린
나의 환한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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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처방, 셋
소설가 김금희의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나날의 일상이 비루하게 느껴지고 관계의 충돌이 잦았던 그해에 나는 우연히 김금희 소설가의 《너무 한낮의 연애》를 읽었다. 그 소설집은 2016년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 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책이다. 그 책을 읽으며 나는 무의식 밑에 잠겨 있던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사랑의 기억을 발견하고 소리죽여 운 경험이 있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한 후 다시 일상을 묵묵히 헤쳐나갈 용기를 얻었다.
작년 겨울, 김금희의 《크리스마스 타일》(창비, 2022)이 나왔다. 그녀가 데뷔 13년 만에 첫 번째 연작소설을 선보인 건데,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먹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노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곱 편의 소설 속에 담아냈다. 소설 속 인물들은 조금씩 연결되어 있다. 책에 첫 번째로 실린 단편 「은하의 밤」의 항암치료 중인 은하는 마지막 소설 「크리스마스에는」에 나오는 MTN 방송국의 피디 지민과 동료 관계이다. 다채로운 인물들은 저마다 슬픔과 불행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어떤 불행들도 각자의 빛을 완전히 앗아갈 수는 없다. 책 속의 또 다른 단편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의 문장을 옮겨본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마음의 슬픔에 저항해가던 세미는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설기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눈이 마주친 둘은 한동안 서로를 살폈다. 괜찮을까, 마음을 주어도 사랑해도 가족이 되어도 괜찮을까, 날 아프게 하지 않을까. 이윽고 먼저 다가와 안긴 것은 세미가 아니라 설기였다.”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물음에 기꺼이 호의로 답하는 사람들, 타인에게 한 번 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처럼 우리도 다가올 올겨울을 포근하게 대비할 수 있을까? 김금희 소설가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소설 속 인물처럼 더 씩씩하고 멋지게 세상 속으로 근사하게 섞여 들 수 있다고.
EDITOR TIP 삶과 일상에 영감을 주는 영화
1.
소셜 네트워크
재미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앤드류 가필드
페이스북(현 메타)의 탄생과 그 과정에서 창립자들이 직면한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업가 정신, 혁신과 소셜 미디어와 관련된 아이디어에 영감을 준다.
2.
머니볼
도전
감독
베넷 밀러

출연
브래드 피트, 조나 힐
제한된 예산으로 승리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와 분석을 사용하는 야구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데이터 분석, 전략 및 리소스 최적화와 관련된 아이디어에 영감을 준다.
3.
인턴
목표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니로
빠르게 성장하는 패션 스타트업에서 인턴이 된 은퇴한 임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대 간 협업, 멘토십, 경력 전환과 관련된 아이디어에 영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