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처방전
모욕을 견디지 않으면서
삶을 향해 나아가는 법
가까운 사람(가족‧친구‧애인‧동료 등)과 다툼이 잦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관계 회복이 잘 되지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에 대한 긍정적이고 자비로운 태도는 관계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노력과 인내, 어려움을 헤쳐나가려는 태도를 통해 우리의 관계를 지혜롭게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한다.
북 큐레이터 김이듬 시인
Mind Prescription

마음 처방, 하나
시인 조온윤의 시집 「햇볕 쬐기」
“언 땅 위를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골몰”하다가 발견하는 ‘중심 잡기’의 방식을 시인은 보여줍니다. “헛디디게 되더라도 누구의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한 시인은 “열리는 마음”으로 누군가를 부축해주는 환대의 주체가 되어갑니다. 시인 조온윤의 첫 시집 「햇볕 쬐기」(창비, 2022)에는 “매일 빠짐없이 햇볕 쬐기”를 시도하며 지나칠 정도로 근면 성실한 우리들의 자화상이 녹아 있습니다. “햇볕 쬐기”는 다른 존재를 위한 “햇볕 되기”로서 참담한 현실에서도 존재의 온기를 나누고자 하는 구도의 행위에 가깝습니다. “너희가 슬픔을 주었구나. 나는 슬픔을 어르는 손길을 줄게”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도와주는 척, 이해하고 배려하는 척할 때가 많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적으로 드러날 때가 있지만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적대시하며 살지는 말아야겠지요.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 시를 읽으세요. 시를 통해 인생을 살아낼 수 있습니다.
Mind Prescription

마음 처방, 둘
평론가 신형철의 에세이 「인생의 역사」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는 평론가 신형철은 「인생의 역사 - ‘공무도하가’에서 ‘사랑의 발명’까지」(난다, 2022)에서 우리 곁의 시를 스스로의 삶으로 겪고 읽어 내려가면서 대단하고 특별한 순간을 몇 번이고 만들어냅니다. 이 책엔 수많은 명시가 실려 있지만, 저는 최승자, 한강, 메리 올리버, 로버트 프루스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작품을 감상한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괴로움만 주는 ‘사랑에 관하여’ ‘착함과 죽음’의 굴레에 관하여, 놓쳐버린 ‘가지 않은 길’에 관하여 다시 사유할 수 있었습니다.

“껴안으면 바스러질 뿐인 우리 불완전한 인간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그를 살며시 어루만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사랑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Mind Prescription

마음 처방, 셋
소설가 김지연의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삶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고 거기엔 아주 많은 공을 들여야만 합니다. 때늦게 타인의 험담을 알게 된 사람, 공무원 시험공부도 해보았지만, 지금은 이룬 게 없는 사람. 용서하지 않는 사람, 종종 실수하는 사람, ‘너 같은 사람은 조선소 문화에 적응할 수 없을 거’라는 말을 듣거나, ‘어릴 때 누군가에게 오랫동안 미움만 받았던 기억’을 지니고 있는 사람 등 “그런 게 삶인가? 모욕을 견디는 것…”이라고 자문하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설책이 있습니다. 신예 작가 김지연의 첫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문학동네, 2022)입니다. 이 소설집은 실험적이거나 작위적이지 않게 자신 안에 아주 많은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을 그리며 누군가를 되새기거나 지난날을 곱씹는 동안 일어나는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고향을 찾아가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는 식의 말을 나는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이번의 드라이브는 내게 평안 비슷한 것을 주었다. 내게도 고향의 어떤 점들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는 걸 일깨워주었던 것이다.” 「굴 드라이브」 “상대에게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게 있을 때면 나는 그 얼굴을 똑바로 본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는 것이 오랜 정설이니까 그 행위를 해냄으로써 나를 변호하는 것이다.” 「작정기」 등 공감할만한 문장이 수북한 소설집에서 우리는 자신의 좌표가 어디인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분명히 말하고 싶어집니다. 삶에 대한 뭉근한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가 건네는 위로가 인상적입니다.
Mind Prescription

마음 처방, 넷
기자 김지수의 인터뷰집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우리는 영원히 타인을 모르는 거야. 안다고 착각할 뿐. 내가 어머니를 아무리 사랑해도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엷은 막이 있어. 절대로 어머니는 내가 될 수 없고 나는 어머니가 될 수 없어. 목숨보다 더 사랑해도 어머니와 나의 고통은 별개라네. 존재와 존재 사이에 쳐진 엷은 막 때문에. 그런데 우리는 마치 그렇지 않은 것처럼 위선을 떨지. ‘내가 너일 수 있는 것’처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열림원, 2021)의 120쪽에 실린 문장들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눈물 흘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책은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스승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이며, 남아 있는 세대에게 전하는 삶에 대한 진솔하고 지혜로운 답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밑줄 그으며 읽은 부분도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어 있다”에서 “고아의 감각이 우리를 나아가게 한다”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다”를 지나 “누가 누구를 용서할 것인가” “가장 슬픈 것은 그때 그 말을 못한 것”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우리는 절망을 희망으로 고쳐 쓸 용기를 갖게 됩니다.

“나는 평생 도전이 필요한 인간이었네. 계속 쓰고 또 쓰고 다시 썼네. 강해서 아니라 약해서 다시 하는 거라네. 니체도 다르지 않아. ‘운명이여 오너라.’ 위인들이 거창해 보여도 그렇지가 않아.” 책 속에서
EDITOR TIP 관계 회복에 좋은 대중문화
영화
해피 해피 브레드
힐링
감독
미시마 유키코

출연
하라다 토모요, 오오이즈미 요, 히라오카 유타 등
빵을 통해 카페 마니의 손님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은 건배한 횟수만큼 행복해진다. 행복 레시피가 필요하세요? “안녕하세요? 따끈따끈한 감빠뉴 대령입니다!”
연극
비누향기
감동
연출‧극본
노푸름

출연
서호영, 노푸름, 이진호, 차수영 등

공연일정
화~금 : 4시 / 토 : 3시, 5시 20분 / 일 : 4시 20분

공연장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258-9 서연아트홀
가족, 친구와 함께하는 타임슬립 추억여행.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나서 쓰는 대본마다 퇴짜를 맞아 힘들어하는 작가. 사고가 아버지 탓이라고 생각해 그 이후 아버지와의 관계도 서먹해졌는데…
KTR 가족에게 전하는 북 큐레이터의 한 마디

이번 독서가 어떤 전환점이 되길 바라봅니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해보기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환대하기로 마음과 태도를 바꾸는 가능성. 봄이 멀지 않은 이 시간, 우리가 서로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이 불가해한 생을 좀 덜 외롭게 건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