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적 참견시점
챗GPT 시대,
일인군단의 시대!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우리의 삶 속으로 한 발짝 성큼 다가온 챗GPT는 무엇이며, 챗GPT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떻게 슬기롭게 조직 생활을 이어 나가야 할지 생각해 보자.
상상텃밭 반병현 CTO (「챗GPT-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저자)
챗GPT의 첫 등장은?
2022년 11월 중순, 메타(Meta, 구 페이스북)는 AI 서비스를 하나 출시합니다. 이 서비스의 이름은 갤럭티카(Galactica)로, 직접 논문이나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무척이나 스마트한 인공지능입니다. 갤럭티카는 무시무시한 성능을 보이며 전 세계의 학자들과 법조인들을 긴장하게 했으나,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성차별적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바람에 3일 만에 서비스가 중단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OpenAI1) 의 수장 샘 알트만(Sam Altman)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OpenAI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언어 인공지능인 GPT 시리즈를 공개해 왔습니다. GPT-3는 2020년에 공개된 AI모델이며, 전 세계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GPT-4의 공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 갤럭티카가 등장해버린 것입니다. 샘 알트만은 GPT-4가 출시되기 전, 다른 대기업이 고성능 인공지능을 공개하면 주목도가 빼앗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급히 개발자들을 불러 이렇게 지시했습니다.
“2020년에 발표했던 인공지능인 GPT-32) 를 활용한 채팅 서비스를 즉시 출시하세요.”
그리하여 13일 만에 급하게 만들어진 채팅 서비스가 공개되었으니, 이름하여서 ‘챗GPT’입니다.
챗GPT의 원리는?
챗GPT는 인간의 말을 기가 막히게 잘 알아듣고, 마치 사람처럼 유창하게 대답하는 인공지능입니다. 챗GPT는 단어 퀴즈를 풀면서 인간의 언어를 이해했습니다.
위와 같이 4개의 단어(Token)로 구성된 문장으로는 3번의 학습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GPT는 문장의 일부 조각을 입력받고, 그 뒤에 올 단어를 예측합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AI가 답변해야 하는 문제의 난이도는 내려가게 됩니다.
위 그림에서 보라색 상자로 표시된 부분은 어텐션3) 을 의미합니다. 어텐션은 AI가 지금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입력받은 복잡한 데이터 중 어느 일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판단해 주는 기법을 의미합니다. 위 그림에서 AI는 “많은”이라는 단어를 예측하기 위하여 “식탐이”를, “동물이다”라는 단어를 예측하기 위하여 “강아지는”라는 단어에 집중합니다.
개발자로서는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대량의 문장만 수집하면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수 있어서 편리하고, AI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인간의 언어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되어 효율적입니다. 이렇게 학습된 AI를 약간만 손봐 사람이 입력한 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름의 답변을 생성하도록 만든 것이 챗GPT입니다.
노엄 촘스키(Avram Noam Chomsky)의 우려와 달리 챗GPT는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를 짜깁기하여 문장을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문장의 의미를 나름대로 이해하여 스스로 작문하는 인공지능입니다. 따라서 챗GPT에 탑재된 인공지능을 해체하고 분석하더라도 학습에 사용된 원본 데이터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챗GPT의 원래 공개 의도는 “우리 아이가 이렇게 말을 잘해요!”를 자랑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의도치 못한 부작용이 발견되었습니다. 챗GPT가 세상의 온갖 지식에 막힘없이 대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하여 학습한 데이터에 다양한 지식들이 섞여 있었고, 이때 습득한 지식이 챗GPT의 AI에 희석된 채 남아있었던 것이지요. 유창한 발언만 가능할 줄 알았던 AI가 만물박사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언론과 일반인, 정치인들은 오히려 이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챗GPT가 세상의 삼라만상을 모두 꿰뚫고 있으며, 더 이상 검색엔진이 필요 없어지리라 예측하기 시작했고요. 구글의 종말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세상의 반응이 의도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일까요? OpenAI의 수장 샘 알트만은 임직원들에게 챗GPT의 성공을 자랑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챗GPT의 가입자 폭증을 자축하는 글을 SNS에 올린 임직원에게는 글을 내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부작용이 너무 컸나 봅니다. 의외로 챗GPT는 지나치게 똑똑했습니다. 미국의 의사 라이센스 시험에 합격했고, 와튼스쿨의 MBA 시험에도 합격했으며, 미국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해버렸습니다. 이에 로펌들도 챗GPT를 구매하여 AI변호사 개발에 착수했고요. 일본에서는 아예 전 국민 누구든지 돈을 내지 않고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챗GPT 변호사를 무료로 공개하겠다는 기관도 등장했습니다.
챗GPT, 똑똑한 것 맞아요?
챗GPT에게 “을지문덕의 검에서 번개가 발사되는 원리에 대해 설명해 줘”라거나, “이방원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최후의 전투에 대해 설명해 줘”라는 요청을 하면 즉석에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해 줍니다. 마치 현장에서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처럼 생생한 묘사를 덧붙이면서요. 이 답변에 정보전달력이 있는지, 가치가 있는 정보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몫입니다. 아울러 질문을 잘 설계하는 역량 또한 중요합니다.
챗GPT 등장 이후 전 세계에서 이와 유사한 인공지능 개발이 시작되었기에, AI에게 전달할 질문의 레시피를 설계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4) 이 앞으로 가장 중요한 역량이 될 것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챗GPT가 특정 전문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어 답변의 정확도를 높일 수도 있고, 검열을 피해 비윤리적인 답변을 받아낼 수도 있습니다. 미드저니5) 와 같은 다른 인공지능도 텍스트를 입력받으므로, AI에 입력할 텍스트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질문의 레시피를 사고파는 마켓플레이스6) 도 이미 등장했고, AI에게 전달할 질문을 설계하는 프롬프트 해커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겨났습니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프롬프트 전문가 연봉은 3억 원에서 7억 원 사이입니다. AI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AI의 성장 방향을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은 일반인의 10~20배가량의 경제적 가치를 혼자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겠습니다.
결과적으로 AI를 잘 설득하여 유용한 정보만 답변하도록 길들이고, AI를 활용하여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고, AI가 제공한 정보의 진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세 가지 역량을 갖춘 사람은 AI에게 대체 당하는 대신, AI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면서 경쟁자보다 수십 배 뛰어난 생산성을 발휘할 것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 바로 이쪽일 것입니다.
주입식 교육은
AI에게도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챗GPT에게 전문지식을 질문하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거나, 오류가 있는 답변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챗GPT에게 질문하기 전 해당 분야의 지식을 직접 제공해준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위 사례는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는 사안을 챗GPT에게 질문한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두루뭉술한 답변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챗GPT의 채팅창에 대한민국의 형법과 민법 조문을 입력한 뒤 동일한 질문을 하면, 답변의 퀄리티가 몰라보게 달라집니다.
보시다시피 법조문의 인용이나 벌금까지 안내해 주고 있으며 법률이 적용되지 않는 면제 사유까지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가장 쉬운 적용례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개인의 생산성을 기성 조직의 생산성과 맞먹는 수준으로 높여줄 수 있는 기법입니다. 그렇기에 일반인보다 열 배 이상 높은 연봉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채용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고요.
일인조직, 일인군단, 각자도생
AI기술의 발달은 개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시장 내의 생산성의 공급에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격차가 생겨날 것이며, 통상적인 1인분의 생산성을 제공하는 사람 대다수가 경제적 가치를 상실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특이점 이후 사회를 대비한 기본소득제도가 논의되는 이유입니다.
영향력을 갖춘 개인의 생산성이 기성 조직의 생산성을 뛰어넘을 것이며, 개인이 곧 군단이 되는 시대가 머지않았습니다. 세상의 발전 속도에 맞춰 자신의 생산성을 성장시키지 못한 개인은 조직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될 것이고요. 적절한 기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눈총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조직이 일체감을 유지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그 답은 구성원 모두를 아우르는 확고한 문화일 것입니다. OpenAI에는 인류를 위한 AI기술 개발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우버에는 모빌리티 혁신을 꿈꾸는 개발자들이 모여 있고요.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을까요?
모든 구성원들이 그 하나의 목표를 강력한 구심점 삼아 노력하고 있나요?
1) 챗GPT, 달리, ImageGPT 등을 발명한 미국의 조직으로, 인류를 위한 인공지능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하던 비영리단체였으나 자금난을 겪으며 영리법인 자회사를 설립하였음. 뉴스에서 언급되는 OpenAI의 투자유치 소식은 자회사인 영리법인의 지분 취득을 의미함.
2) Brown, Tom, et al. "Language models are few-shot learners." Advances in neural information processing systems 33 (2020): 1877-1901.
3) Bahdanau, Dzmitry, Kyunghyun Cho, and Yoshua Bengio. "Neural machine translation by jointly learning to align and translate." arXiv preprint arXiv:1409.0473 (2014).
4) Prompt Engineering. 프롬프트는 AI에게 입력하는 텍스트 명령어를 의미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에게 전달하는 텍스트를 잘 설계하여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기법을 의미한다.
5) Midjourney. 텍스트를 입력받아 그림을 그려주는 AI. 미드저니가 그린 그림이 2022년 콜로라도에서 열린 미술 대회에서 인간 화가들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6) https://promptba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