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한편 한 존재가 터닝포인트에 섰을 때 거창한 계획과 뚜렷한 방향 탐색으로 억눌려야만 할까? 자신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의무감과 책임감을 덧씌우고 있지는 않은가?
삶이란 먼지처럼 가벼운 것이라고 밀란 쿤데라는 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는 아포리즘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민음사, 2018)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이 장편소설은 작은 술집에서 일하며 근근이 살던 젊은 테레자와 외과 의사 토마시를 중심으로 네 남녀의 삶과 사랑의 모습, 그리고 ‘참을 수 없는’ 운명과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논한다.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국내에서도 누적 판매량이 100만 부를 넘었다. 하지만 정작 책을 읽은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이 책을 55세에 발표했고 94세를 맞은 올해 7월에 사망했다. 그는 체코슬로바키아 제2의 도시 브르노에서 태어났고 1975년 공산에 저항하다 모국에서 추방되어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다.
짧지 않은 생애 동안 파란만장하게 떠돌이처럼 살아온 작가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무엇일까? 밀란 쿤데라는 성(性)과 사랑, 사랑의 속박과 자유, 육체와 정신의 갈등과 같은 실존적 고뇌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본질을 드러냄으로써 독자에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소설이 현대 인간의 자화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