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도전은 진심
태어나면서 이미 청각 기능의 95%가 상실된 상태였던 커티스 프라이드.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2루 주자로 출루했을 때 3루 코치가 외치는 신호음을 들을 수 없어 주루 플레이 도중 시행착오를 겪곤 했다. 그럴 때마다 모욕적인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프라이드는 빅리거가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자신만의 야구 방식을 만들었다. 이후 2루 주자로 나가는 상황이 벌어지면 상대 팀 유격수의 그림자 위치와 모양을 곁눈으로 확인해 자신에 대한 견제를 미리 알아차리고 대응한 것이다.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사소한 입술 모양만으로도 상대의 대화 내용을 알아채 경기에 활용한 것도 메이저리그 선수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했다.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의 입술 모양도 익혔다고 한다.) 주위의 비아냥을 도전의 자극제로 삼은 프라이드는 결국 14년간 빅리그에서 살아남았다.
결실을 본 도전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대학야구에는 괴물 투수가 등장했다는 소식으로 들썩였다. 미시시피 주립대 소속의 신입생 투수 주란젤로 세인자가 실전에서 왼손, 오른손으로 각각 투구를 펼친 끝에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것이다. 오른손으로 최고 구속 156km/h를 찍었고 왼손으로도 148km/h의 공을 던졌다.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뛰는 것은 메이저리그라는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행하는 일이기에 찬사를 받는 것일 뿐, 투타 동반 활약 자체는 아마추어 야구에서 흔한 일이다. 그러나 세인자와 같이 양손으로 모두 투구하는 것은 상온 초전도체의 발견처럼 물리적으로 벌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현실에서 구현한 것이어서 차원이 다른 도전이다. 아쉽게도 세인자는 양손 투구를 통해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도전 의지만큼은 굳건하다. 내년 이후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는 세인자가 끝까지 양손 투구를 고수할지 지켜볼 일이다.
모든 도전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 탐구한 끝에 시도한 도전이라면 어떤 식이든 가치를 둘 만하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된 잰슨이나 빅리거 자체가 목표였던 프라이드 모두 특정 결과를 계산해 두고 움직였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도전은 진심과 어울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