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처방전
삶에 감사해
생계를 위해 무미건조한 날들을 견뎌야 할 때가 많습니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서로에 대한 기대가 상처가 되어 불현듯 끝나기도 하지요. 생판 다른 사람에게 관대해지고 현재의 내 삶에 감사하며 살 수는 없을까요? 이에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합니다.
북 큐레이터 김이듬 시인
MIND PRESCRIPTION

마음 처방, 하나
시인 울라브 하우게의 시집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매일 정원에서 노동하며 숲에서 좋은 시를 썼던 울라브 하우게라는 시인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고향 노르웨이 울빅에서 평생 정원사로 일했어요. 그의 시는 아주 쉽습니다. 바로 눈앞의 야생 장미, 크랜베리들, 익어가는 개암들을 노래하고 있어요. 어린 나무에 쌓인 눈을 털어주며 쓴 시도 아름답습니다. 손에 긴 낫을 든 채 쓴 시도 있고 사과 나무 가지 끝을 당겨주며 쓴 시도 있고 비 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서 쓴 시도 있어요. 별을 보며 쓴 시나 고양이와 얘기하는 시는 유독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작품 30편은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봄날의책, 2017.)에 실려 있어요. 이 시집을 번역한 임선기 선생님도 시인이기 때문에 낯선 언어의 결을 잘 살려내셨습니다. 번역된 시 1편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_ 울라브 하우게,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우리가 원하는 건 진리나 대양, 천국처럼 거대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기상천외한 기적을 바라는 것도 아니죠. 식수와 햇볕, 소금 한 톨처럼 일상적인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많죠. 동료가 건네주는 작은 안부의 말을 듣고 따스한 위로를 받곤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매일 뜨는 태양의 빛에 다시금 감사하게 됩니다. 울라브 하우게는 일평생 일하며 짬짬이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 큰 병에 걸리지 않고 늙어 죽었다고 합니다. 그의 장례식은 그가 평생 일하던 농장 아래 성당에서 소박하게 치러졌는데 마을 사람들은 슬퍼했지만 작은 망아지가 뛰어놀고 꽃과 나무가 행복하게 흔들렸다고 해요. 당당하게 일하고 일상에 감사하며 살아가다가 평화로이 죽음을 맞이한 시인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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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처방, 둘
소설가 백수린의 에세이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행복하다는 느낌을 언제 느껴보셨나요? 행복한 삶을 꿈꾸는 우리에게 생의 의지와 살아 있음의 아름다움,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선사해 줄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현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의 찬사를 받아온 소설가 백수린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창비, 2022.10.)입니다. 백수린 작가는 아파트를 벗어나 난생처음 높은 언덕 위 낡고 작은 단독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 긴 시간에 걸쳐 집과 동네에 찬찬히 스며들어 가는 여정을 촘촘하게 그려 보이고 있습니다. 옛 성곽이 보이는 풍경, 높은 언덕과 폭이 좁은 골목, 다정한 M이모, 살뜰한 E언니, 인생의 첫 강아지 봉봉, 무심히 챙겨주는 이웃집 아주머니와 같은 따스한 존재 덕분에 행복의 순간으로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방 안까지 흘러들어오는 각종 외부 소음이 있고 다소 무례한 이웃들도 있지만, 작가는 이해와 감사의 시선을 담아 자신에게 사랑을 일깨워 준 모든 존재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작가는 골목길을 걷다가 색색의 팬지를 정성껏 키워놓은 어느 집 앞 화분에 주인이 붙여놓은 ‘꽃 꺾어 간 도둑놈아, 달라면 주었을 텐데‘라는 문장을 보며 잠시 웃고, 정자 앞에 앉아 바둑을 두며 심각한 듯 미간을 모으는 할아버지들을 훔쳐보기도 합니다. “아가씨, 사람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해”라고 말하는 뒷집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기도 해요. 어떤 날엔 사주풀이를 해주는 사람과 만나는데 후일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어요. “나의 운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이는 아주 난감한 얼굴로 나는 새처럼, 바람처럼 정착하지 못하는 사주를 타고났으며,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남자 대신 가장이 될지도 모르는 사주라고 말했다. 사주풀이를 해준 이는 미안해했지만 나는 나의 사주가 퍽 마음에 들었다. 새처럼, 바람처럼 자유롭다니! 이보다 더 멋진 운명이 있을까? 나는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남자 대신 가장이 될지도 모르는 사주’라는 그의 말을 경제적으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되는 운명이라고 해석했는데, 그건 내가 꿈꾸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아주 근사한 인생이었다.”
백수린 작가의 이채롭고 긍정적인 사유,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이는 에세이를 읽다 보면 스스로의 삶을 사랑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그 인생의 찬란한 비밀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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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처방, 셋
소설가 김화진의 소설
《나주에 대하여》
내 것이지만 좀처럼 내 것처럼 되지 않는 것이 마음입니다.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살고 싶지만 마음은 딱딱해지고 불평이 늘어나니 말이죠. 등단 이후 일관된 열의로 ‘타인의 마음’이라는 미지에의 탐색을 지속해 온 작가의 첫 소설집이 있습니다. 김화진의 《나주에 대하여》(문학동네, 2022.10.)의 여덟 편의 이야기에는 타인을 궁금해하는 마음,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그래서 타인이 되어보는 마음들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단편 「새 이야기」는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남자가 ‘새’로 묘사되는데 둘은 서로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다가 차차 사랑을 싹틔우게 되는 이야기입니다.단편 「나주에 대하여」는 제목만 볼 땐 ‘나주’라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직장 후배 ‘예나주’에게 집착하는 ‘나’의 심리상태가 세밀하게 드러나는 소설입니다. 같은 직장에서 회사 차에 나란히 앉아 영업을 돌며 나누는 대화가 손에 땀을 쥐게 해요.「꿈과 요리」는 우정의 양면성으로 갈등하는 두 친구 이야기이고, 「근육의 모양」은 필라테스를 배우는 수강생과 강사 사이의 관계를 축으로 어떤 리스크는 흉터가 아니라 근육임을 가르쳐줍니다. 나머지 4편의 단편소설도 누군가에 대한 열망, 애틋함, 방황, 질투와 불안, 연민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흔한 이야기를 흔하지 않게 담아 타인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위로하고, 공감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입니다.
북 큐레이터가 감사를 기다리는 KTR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우리는 작은 일에 울고 웃고, 새로운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주고,
타인과 자신에게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며 고군분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열정을 버리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습니다.
EDITOR TIP 감사한 삶에 대한 영화
1.
오두막
감사
감독
스튜어트 하젤딘

출연
샘 워싱턴, 옥타비아 스펜서
막내딸을 잃고 깊은 슬픔에 잠긴 채 살아가는 남자 맥에게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맥은 혼자 오두막으로 향한다. 맥은 신비로운 세 사람과 만나면서 회복과 감사를 경험한다.
2.
집으로
사랑
감독
이정향

출연
김을분, 유승호
7살 개구쟁이 상우가 외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시골집에 머물게 된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와의 시골살이. 그 과정 속에서 감사와 사랑을 알게 된다.
3.
겨울왕국
기쁨
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

출연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언니 엘사에게는 하나뿐인 동생에게조차 말 못할 비밀이 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신비로운 힘이 바로 그것. 엘사는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힘이 두려워 왕국을 떠나고,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기 위해 안나는 언니를 찾아 환상적인 여정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