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다는 느낌을 언제 느껴보셨나요? 행복한 삶을 꿈꾸는 우리에게 생의 의지와 살아 있음의 아름다움,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선사해 줄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현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과 독자의 찬사를 받아온 소설가 백수린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창비, 2022.10.)입니다. 백수린 작가는 아파트를 벗어나 난생처음 높은 언덕 위 낡고 작은 단독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이후 긴 시간에 걸쳐 집과 동네에 찬찬히 스며들어 가는 여정을 촘촘하게 그려 보이고 있습니다. 옛 성곽이 보이는 풍경, 높은 언덕과 폭이 좁은 골목, 다정한 M이모, 살뜰한 E언니, 인생의 첫 강아지 봉봉, 무심히 챙겨주는 이웃집 아주머니와 같은 따스한 존재 덕분에 행복의 순간으로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방 안까지 흘러들어오는 각종 외부 소음이 있고 다소 무례한 이웃들도 있지만, 작가는 이해와 감사의 시선을 담아 자신에게 사랑을 일깨워 준 모든 존재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작가는 골목길을 걷다가 색색의 팬지를 정성껏 키워놓은 어느 집 앞 화분에 주인이 붙여놓은 ‘꽃 꺾어 간 도둑놈아, 달라면 주었을 텐데‘라는 문장을 보며 잠시 웃고, 정자 앞에 앉아 바둑을 두며 심각한 듯 미간을 모으는 할아버지들을 훔쳐보기도 합니다. “아가씨, 사람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해”라고 말하는 뒷집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기도 해요. 어떤 날엔 사주풀이를 해주는 사람과 만나는데 후일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어요. “나의 운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이는 아주 난감한 얼굴로 나는 새처럼, 바람처럼 정착하지 못하는 사주를 타고났으며,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남자 대신 가장이 될지도 모르는 사주라고 말했다. 사주풀이를 해준 이는 미안해했지만 나는 나의 사주가 퍽 마음에 들었다. 새처럼, 바람처럼 자유롭다니! 이보다 더 멋진 운명이 있을까? 나는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남자 대신 가장이 될지도 모르는 사주’라는 그의 말을 경제적으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되는 운명이라고 해석했는데, 그건 내가 꿈꾸는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아주 근사한 인생이었다.”
백수린 작가의 이채롭고 긍정적인 사유,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이는 에세이를 읽다 보면 스스로의 삶을 사랑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지 그 인생의 찬란한 비밀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