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잘한다’라는 건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업무’와 ‘직장 내 인간관계’가 중요한 두 가지의 축이 됩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때 균형은 깨지고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죠. 올바른 균형을 이루어내기 위해선 ‘인간관계’와 ‘업무’를 잘 다스려야 합니다. 이번 호에선 지속되는 더위 속 업무와 동료를 대하는 태도와 나이 차이 나는 동료와 잘 지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합니다.


Q1. 나이 차이가 큰 직장 동료와 원만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시대가 변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정서가 팽배합니다. 조직에선 이러한 일들이 현실이 됩니다. 팀장보다 나이 많은 팀원, 구성원보다 어린 임원. ‘호봉’이란 말을 아실 겁니다. 직계나 연공 등을 기초로 정해지는 급여체계나 등급을 말하는데요. 일부 공공 기관에서는 아직 이러한 체계가 유효할진 몰라도, 일반 기업에선 이러한 제도가 흐릿해진 지 오래입니다. 공공 기관에서조차 호봉은 호봉이고, 업무 역량이나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의 척도로 사람을 바라보는 변화도 생겼습니다.
이러하다 보니 ‘나이 차이’에 대한 갈등은 이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호봉’이라는 인식은 그대로인데, 시대는 바뀌었고. 바뀐 시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과 시대가 바뀌었다고 기존 틀을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의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겁니다.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라고 영국의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조지 오웰’이 말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말입니다. 다만, 내 입장에서 맞는 말입니다. 다른 세대가 본다면 이의를 제기할 것이고, 다시 그 세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현명하다고 생각하겠죠. 이러한 간극을 ‘동시대의 비동시대성’이라고 표현합니다.
‘나이 차이가 난다’라는 걸 우리는 ‘세대 차이가 난다’라고 표현합니다. 어쩌면 후자 쪽이 더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세대’라는 이데올로기에 휘둘리고 있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다양성을 모르게 되고, 귀인편향(어떠한 원인을 특정한 것으로 귀속시키는 과정)에 빠지고, 편견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유입니다. 모든 문제를 ‘요즘 것들’, ‘이런 꼰대들’이라고 결론짓는 우리네 모습 말입니다. 가진 것이 망치뿐이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헤쳐나가기 위해, 저는 ‘세대’보다는 ‘시대’에 초점을 맞추자고 소리칩니다. 함수 ‘y=f(x)’로 보자면, ‘세대’는 하나의 결괏값이고 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인자는 ‘시대’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시대의 상황에 따라 각자의 생존 방식이 다르므로 행동 양식은 달라집니다.
나이 차이는 위로도, 아래로도 납니다. 질문자님의 위치는 중간일 겁니다. 위로는 선배가, 아래로는 후배가 있을 테니까요. 그분들의 ‘시대’를 잘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동시대에 있는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대를 산 사람이라면, 소위 말해 우리가 말하는 ‘꼰대’와 ‘요즘 것들’ 로 나뉠 것입니다.
성장의 시대, 알아서 열매가 떨어지던 그때. 일손이 모자라던 시절. 일의 역량보단 누가 늦게까지 남아 야근을 하며 버티느냐, 누가 더 정치를 잘하고 술을 잘 마시느냐가 실력이었던 시대입니다.
저성장의 시대, 열매가 쉬이 떨어지지 않는 이때. 부모보다 가난해진 첫 세대. 일자리가 모자란 시절.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사람들에게, 야근과 정치는 이해할 수 없는 메커니즘입니다.
나이 차이가 큰 동료와 잘 지내고 싶다면, 그분들의 시대를 읽어 보세요. 그들 행동 양식이, 이해할 수 없었던 말과 업무처리 방식이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할 겁니다.

Q2. 지속되는 더위로 인해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고, 직장 내에서 서로 지치고 예민해집니다. 이런 때의 태도나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어느 나라나 날씨는 메인 뉴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렇죠. 너무 더워서 문제, 너무 추워서 문제. 또는 날이 좋아서, 습도가 좋아서 뉴스가 되기도 하고요.
왜 이처럼 날씨는 늘 대서특필 되는 것일까요? 이는 ‘감정’에 기반합니다. 사람들의 감정은 날씨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영어 표현 중 ‘Under the weather’란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인 뜻으론 ‘몸이 좋지 않다, 컨디션이 영 별로다.’란 말인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날씨와 우리네 마음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아주 극명한 예가 될 겁니다. (이번 집필을 하며 자료 조사를 하다 알게 된 건데, 날씨와 관련된 우리네 속담도 170여 가지가 넘습니다.)
저는 현재 해외 주재 생활 중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고지 2,500미터에 있는 고산 지대라 사시사철 선선하고 해가 쨍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온순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한여름 한국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함께 출장을 간 현지 동료들의 성격이 변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에어컨을 찾아 헤매는 동료들의 모습에서, 함께 있던 곳의 온순함과 여유는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지속되는 더위로 업무 효율도 떨어지고, 직장에선 서로에게 예민해지고 이런 때의 태도나 마음가짐을 바로 잡기 위해선, ‘감정’을 잘 다스리고 돌아봐야 합니다. 날씨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고, 또한 우리는 그러한 영향력을 생각보다 잘 깨닫지 못합니다.
우리가 돌아봐야 할 감정은,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입니다. 날씨로 인해 일어나는 내 감정의 변화는 어떠한가요? 그것이 업무와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피서(避暑)’란 말을 잘 아실 겁니다. 말 그대로 더위를 피한다는 말입니다. 우리네 감정이 요동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피서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면, 신경이 예민해져 타인에게 실수할 것 같다면, ‘몸’ 또는 ‘마음’을 식힐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Anima sana in corpore sano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라틴어가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시원한 커피, 잠깐의 독서, 잠시의 낮잠, 차가운 아이스크림, 상쾌한 샤워 등 자신만의, 잠깐의 피서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날씨에 몸이 영향을 받고, 감정은 몸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수순을 알고 나면, 감정을 잘 다스려 몸을 바르게 하고 날씨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날 것입니다. 지금껏 인류가 해온 과정 또한 크게 다르지 않고요.
타인을 위한 배려와 같은 마음은 ‘여유’에서 나옵니다.
‘여유’는 내 마음이 평온하고 안정될 때 나온다는 걸, 자신만의 피서법으로 몸을 식히며 깊이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