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유

경주에서
새로운 가족의 역사를 쓰다

글. 홍보실

어릴 때 가봤던 여행지나 유적지를 세월이 흘러 다시 가본다면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곤 한다.
한때 수학여행지로 사랑을 받던 경주는 재미없는 관광지로 외면을 받았지만, 최근 다시금 사랑받는 여행지가 되었다.
단순히 맛집이나 예쁜 카페만 있는 곳이 아닌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뜻깊은 장소가 많아 친구나 연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독성센터 이창호 수석연구원은 어릴 적 수학여행지로 찾았던 경주를,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아내와 함께 가족여행으로 다시 찾았다.


(윗줄) 좌측부터 이창호 수석연구원, 이주희 님
(아랫줄) 좌측부터 이시준 군, 이시호 양

불빛이 아닌 햇빛이 가득했던 곳

이제는 동궁과월지로 명칭이 바뀐 옛 안압지 입구에 이창호 수석 연구원의 가족들이 도착했다. 동궁과월지는 야경이 예쁘기로도 유명하지만 아침 햇살을 받은 풍경 또한 예쁘다는 해설사 선생님의 말과 함께 오늘의 유적지 탐방 수업을 시작했다. 동궁과월지는 신라 왕궁의 별궁 터로 넓은 연못과 함께 왕자가 거처했던 동궁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입구에 들어서서 동궁을 보기 전 아직 어린 이창호 수석 연구원의 자녀들을 위해 간단한 역사 수업이 이루어졌다. 첫째인 이시호 양은 내년부터 학교에서 사회 수업이 시작된 나이여서인지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꽤 진지하게 들으며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하기도 했다. 둘째 이시준 군은 아직 어린 나이라 설명이 어려울 법도 했지만 아빠의 품에 안겨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동궁과월지를 산책했다. 역사적인 설명보다는 아직은 뛰어노는게 좋을 나이인 이시호 양과 이시준 군은 산책을 시작하자 한층 더 기운 넘치는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주로 야경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보니 해가 지고 나서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지만 아침 시간에는 꽤 한산하여 이창호 수석 연구원의 가족들이 오붓하게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구름이 끼어 있던 하늘은 어느새 햇볕이 내리쬐고 시원한 바람이 나무 사이로 불어 야경보다 더 좋은 풍경을 볼 수도 있다는 해설사 선생님의 말씀이 이해가 되는 듯했다.

역사적 지식도 하나씩 차근차근

동궁과월지를 구경한 후 5분 정도 걷자 첨성대로 향하는 길이 나왔다. 첨성대로 향하는 길에는 양귀비와 여러 종류의 꽃들이 다채롭게 피어있었다. 유독 사이가 돈독한 두 남매는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둘째인 시준 군이 누나에게 응석을 부리듯 업어달라며 장난을 걸자 시호 양은 선뜻 동생을 업고 씩씩하게 걸어 나가기도 했다.

잘 조성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첨성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자 이 수석연구원은 “어릴 적에는 크게만 보였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고 나서 보니까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는 것 같네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해설사 선생님의 첨성대는 아래는 네모지고 위로 갈수록 둥글다, 이것은 땅과 하늘을 형상화한다는 설명에 이어 아이들에게 “첨성대는 어떤 걸 하기 위해 만들었을까요?”라고 묻자 “하늘을 봐요!”, “별을 봐요!”라며 아이들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이들이 다시금 집중하자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그럼 첨성대는 누가 지었을까요? 힌트~ 여자 왕이었는데, 누구였을까요?”라고 하자 첫째 시호 양이 “선덕여왕이요!”라며 역사에 대한 지식을 뽐냈다.

힘들어도 가족과 함께라면 즐거운 시간

첨성대 옆쪽으로 이어진 길을 걷다 보니 천마총으로 이어지는 대릉원이 나왔다. 시간이 정오에 가까워지고 햇빛이 따가워지자 아이들은 어느새 “더워요...얼마나 더 걸어야 해요?”라며 지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수석 연구원은 능숙한 모습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으며 “거의 다 왔는데 우리 조금만 더 힘내서 걸어볼까?”라며 아이들을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대릉원의 고분들을 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천마총 입구에 도착하고 해설사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질문했다. “여기는 어떤 곳일까요?”라고 하자 아이들은 장난치려는 듯 “모르겠어요~ 너무 더워요!”라고 말하자 선생님은 능숙하게 “안에는 시원한데 그럼 안에 들어가서 한번 어떤 곳인지 볼까요?”라며 아이들을 대릉원 안으로 이끌었다. 천마총 입구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발굴 당시 모습을 재현한 돌무덤과 함께 발견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자연스레 시선을 이끌었다. 천마총은 무덤의 주인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어 릉(능)이 아닌 ‘총’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무덤의 형태를 보았을 때 지증왕의 왕릉으로 추정만 되고 있다는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지자 네 가족의 시선이 유물들로 시선이 향했다.

천마총의 내부로 더 들어가자 금관이 전시되어 있었다. 현재까지 발굴된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유물이라 자연스레 ‘와~’소리가 나왔다. 오래 걸은 탓에 지쳐있는 둘째 시준 군에게 이 수석 연구원은 “와~ 시준아, 이거 봐. 금이다. 너무 예쁘지?”라며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시준 군이 “와~ 이거 진짜 옛날 모자예요?”라고 묻자 선생님은 “이건 모형이에요. 대신 진짜가 있는 곳도 경주에 있어요. 어디일까요?”라는 물음에 첫째 시호 양이 “경주국립박물관이요!”라고 대답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후로도 전시된 유물들을 보며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고 다음에는 경주국립박물관으로 가서 봐도 좋을 것 같다며 엄마 이주희 님이 수줍게 웃었다.

항상 꿈을 간직한 채 살아갈 우리 가족

계획한 유적지를 모두 둘러보고 해설사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자 금세 선생님과 친해진 아이들의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내비쳤다. 평소 아이들과 주말에는 꼭 야외 나들이나 견학을 자주 다닌다는 이 수석 연구원은 오늘 경주 방문이 더욱더 뜻깊다고 한다. 그 이유를 묻자 “종종 자전거 여행을 오기도 했고 결혼 후에는 첫째 아이와도 함께 왔었어요. 이번엔 사내보 참여를 계기로 둘째까지 네 가족이 함께 오게 돼 너무 좋네요.”라고 답하였다.

이 말을 들은 이 수석 연구원의 아내 이주희 님도 “평상시에 집으로 오는 사보 우편물을 볼 때마다 눈여겨보곤 했었는데요. 다양한 활동도 많고 인터뷰들도 좋아서 즐겨 보곤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저희 가족이 이렇게 주인공이 되어서 출연을 하게 돼서 너무 좋고, 다른 칼럼들도 좋지만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도 더 좋고 저희 가족만의 역사를 또 새롭게 쓴 것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5년, 10년 후의 가족이 어떻게 달라졌으면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수석 연구원은 “사실 학창 시절 꿈이 사학을 전공하는 거였는데, 여건을 따지다 보니 이과 계열로 오게 됐어요. 그래서 저희 아이들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주도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자 아내 이주희 님도 “네. 저도 아이들을 돌보느라 일을 잠시 쉬고 있지만 뭔가 항상 꿈을 꾸는 엄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한테도 항상 꿈이 있는 엄마의 모습으로 남고 싶고, 저를 닮아 아이들도 늘 주도적이고 꿈을 꾸는 아이들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