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글. 홍보실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을 지나 초록빛이 풍성한 계절로 접어들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던 중 ‘나만의 작은 온실’이라 불리는 ‘테라리움’을 만들기 위해 울산 융복합산업연구소 직원 8인이 한 자리에 모였다. 흙과 식물을 만지고, 작은 창작을 통해 힐링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한층 여유롭고 충만한 ‘나’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기를 바라며 ‘테라리움’ 만들기에 도전했다.

(앞줄 좌측부터) 이영인 책임연구원, 이은아 선임연구원, 전승주 선임연구원
8人 8色의 ‘테라리움’
테라리움은 라틴어 terra(땅)와 arium(용기)의 합성어로, 밀폐된 유리병이나 유리용기 속에 가공한 흙이나 피규어 등의 장식 소품을 넣고 식물을 가꾸는 것을 의미한다. 유리병에 흙을 채우고 식물을 키우는 원예방식이다. 이끼나 돌, 고목 등을 활용해 작은 정원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연출을 할 수 있으며 초보자라도 키우기 쉬운 식물들을 사용한다. 유리용기 안에 자연의 형상을 담아 신비로운 느낌도 들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유리병 안에 작은 숲을 만드는 작업인 만큼 창의적인 예술작품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
오늘 모인 직원들은 모두 ‘테라리움’을 처음 해본다며 긴장과 설렘이 가득하다. 어항처럼 생긴 유리용기와 이름 모를 식물들과 이끼들, 한 번도 손에 잡아본 적 없는 도구들이 놓인 작업대에 앉았다.
가장 먼저 유리용기 맨 아래에 난석이나 굵은 자갈을 깔아 배수층을 만들어주며, 그 위에 수분량을 조절하고 살균, 냄새 제거에 도움이 되는 숯과 흙으로 덮어준다. 모두 조심조심 식물은 뿌리를 다 덮을 수 있을 정도로 흙을 넣어 다져 주고, 돌과 피규어, 색 모래 등을 통해 작업을 진행한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전혀 다른 여덟 개의 개성이 담긴 테라리움 작품이 탄생했다.

박광화 융복합산업연구소장
‘테라리움’을 꼭 하고 싶었다며 웃는 박광화 소장은 평소 식물을 사랑하는 ‘식집사’다. 3년 전 울산 KTX 역에서 우연히 바질 씨앗을 받은 것을 계기로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바질은 한해살이풀로 이탈리아 요리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박광화 소장은 산뜻한 초록 잎과 쑥쑥 자라는 게 좋아서 정성을 다해 3년 동안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애플민트를 샀다고 웃으며 오늘 테라리움 작업에도 누구보다 정성을 다했다.
“소소하게 식물을 키우는 ‘식집사’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신청했어요. 직원들과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해보는 것이 저의 로망이었거든요(웃음). 테라리움이 생각했던 것보다 흥미롭지만, 또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어서 조금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힐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테라리움은 울산청사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기분 전환할 수 있도록 사무실에 두겠습니다. 또한, 저의 로망 중 하나가 가을 체육대회 때 직원들과 함께 단체 안무를 하는 것인데,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민호 유해성평가팀장
유해성평가팀에서 화학, 물질 등 유해성 관련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는 김민호 팀장은 평소 직원들과 업무 외에는 커피를 마시거나 회식을 주로 하는데, 다른 형태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테라리움에 대해 잘 모르고, 식물을 키우지도 않는 바쁜 직장인의 전형이 자신이지만, 오늘 체험을 통해 오랜만에 여유를 찾았다고 한다. 김 팀장은 흙을 섬세하게 다지고, 식물의 뿌리를 조심스럽게 다루며, 오롯이 자연이 주는 평온함에 집중하며 작업했다. “솔직히 테마는 없고, 완성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식물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만드는 내내 조심스럽게 식물과 이끼를 만지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돌과 말 피규어의 위치를 선정했습니다. 만들고 나니 완벽한 나만의 온실을 가지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유해성평가팀 이영인 책임연구원
TV 프로그램에서 비바리움과 테라리움을 보면서 막연히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영인 책임연구원. 그는 울산에서 테라리움을 한다는 소식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동료들과 함께 클래스를 찾았다고 했다. 선생님의 수업에 귀 기울이며 누구보다 모범생처럼 섬세하게 작품을 만드는데 ‘몰두’하며 ‘집중’했다.
“저의 테라리움은 절벽에서 떨어진 낙석에 의해 생성된 자연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자연이 가진 경이로움과 조화를 담기 위해 섬세하고, 차분하게 흙과 돌의 위치를 신중하게 선택했어요. 조금 어설프기도 하지만, 오롯이 만든 저의 작품을 사랑하는 딸에게 선물로 주고 싶습니다.”

유해성평가팀 전승주 선임연구원
식물이 내 손에 오기만 하면 죽고야 만다던 전승주 연구원은 이끼는 비교적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고 하여 테라리움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집에서 마음의 평온을 주는 푸른색 식물을 키우는 건 작은 소망이었고, 더더욱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은 정원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을 안고 왔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숲이나 자연물을 좋아해요. 테라리움을 작업할 때도 자연이 가진 ‘조화로움’을 담고 싶었어요. 돌과 이끼, 식물을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 애썼습니다. 만들고 나니 애틋함이 남다르고, 이번에는 꼭 오랫동안 잘 키워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재료로 모두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킨 걸 보고, 테라리움의 매력에 한껏 빠졌어요.”

물환경분석센터 이우미 책임연구원
이우미 연구원은 테라리움 공고를 보자마자 “이건 내꺼다”하는 느낌이 왔을 만큼 평소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리용기 안에 흙과 식물, 피규어를 보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낼 수 있을 것 같아 테라리움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웃었다.
“평소라면 업무를 하고 있을 시간, 동료들과 함께 숲속의 작업실에 앉아서 테라리움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꿈같아요. 사실 공고를 보기 전까지 테라리움에 대해 잘 몰랐지만, 사진을 찾아보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작업하다 보니 ‘창작’을 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지만, ‘나다움’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모두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했지만, 저는 아기자기함을 좋아해서 큰 구조물을 넣지 않았습니다. 평소 걷고 싶은 작고 평화로운 길과 숲을 테라리움 안에 담은 것 같아서 너무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어요.”

조선해양센터 이은아 선임연구원
밝은 에너지를 가진 이은아 연구원은 동료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테라리움 만들기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과감하면서도 꼼꼼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집중하면서 개성이 담긴 테라리움을 완성했다.
“차분하게 앉아서 작품을 구상하는 것이 꼭 미술 시간 같았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세심함이 필요해서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만들고 나니 너무 뿌듯하고 재밌었어요. 또한, 각자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지만 동료들과 함께 모여 있으니 소속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번에는 다 함께 해외 워크숍을 떠나고 싶네요(웃음).”

조선해양센터 임유정 선임연구원
‘테라리움’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는 임유정 연구원은 동료의 추천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생소하고, 낯설지만 ‘이웃집 토토로’의 먼지처럼 귀여운 이끼를 만지고, 식물도 심으며 일상의 확실한 행복이란 ‘테라리움’같은 거로 생각했다고 한다.
“테라리움을 만들면서 ‘테마’와 ‘구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작업했습니다. 저는 돌과 이끼 등 모든 재료를 남김없이 다 사용했어요. 근데 만들고 나니 제법 멋진 작품이 되어서 만족스러워요. 사무실에 두고, 힐링이 필요한 순간 보면서 기분을 환기할 예정입니다.”

융복합지원센터 김지연 연구원
TV 프로그램에서 비바리움을 키우는 아나운서를 보고,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울산에서 한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신청했다는 김지연 연구원. 올해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테라리움을 실천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저의 첫 식물이 무려 ‘테라리움’입니다. 저는 식물을 키워 본 적이 없었는데, 단순히 화분을 산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흙을 넣고, 식물을 심고, 구조물을 놓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만들었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파란색 모래를 포인트로 주고 싶어서 원래 재료에는 없었지만, 부탁드려 넣기도 했습니다. 청량한 느낌이 가득한 테라리움을 침실에 두고, 잘 키워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