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산책

21세기 불로초,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글. 이요훈 IT 전문 칼럼니스트

중국을 처음 통일했다고 알려진 진시황. 우리에겐 중국 통일보다 불로초 이야기로 더 유명하다. 불로장생의 묘약을 찾아 수천 명의 사람을 한반도로 보냈다는 이야기.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꿈은, 기원전부터 이렇게 이어져 왔다. 만약 진시황이 21세기에 존재한다면 어떨까? 아마 불로초를 찾는 대신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진위가 불분명한 약초를 찾기보다, 어쩌면 우리를 진짜로 아프지 않고 장수하도록 도와줄 기술에 관심 가지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현재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기술 등을 융합해 건강관리, 질병 예방, 진단, 치료, 관리까지 포괄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적용되는 분야가 폭 넓은 만큼 서로 다른 뜻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어떤 이는 기술에 중점을 두고, 좁은 의미에서 맞춤형 개인 건강관리나 디지털 의료 기기를 가리키는 말로 쓴다. 반대로 의료에 중점을 두고, 의약품 제조와 병원 정보 시스템까지 포함해 더 넓은 의미로 쓰는 일도 있다.
21세기 들어와 꾸준히 연구개발이 이뤄지던 분야이기도 하다. 주요 선진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이에 따라 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건강 증진 및 웰니스에 관한 관심이 늘어났으며, 때맞춰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디지털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가 결정타를 날렸다.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미증유의 사태를 경험한 각국 정부는,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 여기고 산업 육성을 위해 정책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산업 규모도 절대 작지 않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디지털 헬스 산업 규모는 약 1,520억 달러(한화 약 201조 원)에 달했다. 1) 여기에 연평균 18% 이상 성장해, 2027년에는 5,080억 달러(한화 약 674조 원) 규모의 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오 헬스가 기반하고 있는 생명공학 시장은 이보다 커서, Acumen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만 3,728억 달러(한화 약 495조 원) 규모에 달한다. 연평균 약 15.5% 성장해 2030년에는 1조 3,450억 달러(한화 약 1,78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2)

1) 코로나19 이후 급부상하고 있는 디지털헬스산업, 한국바이오협회, 2021
2) Biotechnology Market Size - Global Industry, Share, Analysis, Trends and Forecast 2022 - 2030, Acumen research, 2022

기술 기업이 주목하는 이유

기술 기업이 주목하는 이유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이 발전하면 어떤 것이 좋을까?
- 의료 접근성이 향상된다. 웨어러블 기기, 모바일 헬스케어 앱, 원격 의료 시스템 등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는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기관이 없는 지역이나 의료 기관에 쉽게 가기 힘든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 개인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예방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만성 질환 등을 조기 발견하거나 예방하고, 의료 비용을 절감하고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
- 치료 효율성을 높인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맞춤형 의료 및 약품,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치료 기간을 줄이며, 부작용도 억제할 수 있다.
- 의료 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정보 공유, 의료 로봇 활용 등을 통해,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의료 서비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핵심 목표는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낮추는 일이다. 예를 들어 스스로 건강을 모니터링 및 관리하고, 필요하면 비만 치료제 등의 도움을 받아 몸 상태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당뇨병 및 고혈압, 관절염 같은 고질적인 만성 질환의 발병이 줄어들게 된다. 아픈 사람이 적어지면 이를 치료할 일도 준다. 치료가 줄면 의료 시스템 부담은 낮아지고, 가계 부담도 줄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지출해야 할 비용이 줄어드니 남은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의료 시스템 부담을 낮추면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이 큰 관심을 받는 이유다. 다르게 보면, 지금 제기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큰 사업 기회가 열린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이 산업의 주된 플레이어는 전통 제약사나 의료 IT 스타트업 등이지만, 빅테크 기업이 계속 빠지지 않는 이유다. 기술 기업이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하는 분야가 여기에는 흘러넘친다.

AI가 만들어 갈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의 미래

어느덧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는 일상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스마트 워치를 통해 일상을 모니터링하고, 병원에선 전자 차트를 이용해 환자 기록을 관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엔 원격 진료가 많이 활용됐고, AI 챗봇을 이용해 정신 건강을 상담하는 사람도 많다. 갤럭시 링 같은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도 개발 중이고, 애플 비전 프로 같은 공간 컴퓨팅 장치에도 디지털 헬스 캐어 앱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새로운 약물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일도 흔하다.
앞으로는 이런 추세가 더 강화될 전망이다.

- 의료 시스템은 병원 중심에서 개인 중심 의료 시스템으로 바뀐다. 환자는 자기 건강 데이터를 스스로 관리하고, 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권한을 갖게 된다. 병원에선 데이터에 근거해 환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 제약사는 AI를 활용한 맞춤형 의약품 개발, 새로운 약품 개발에 더 매진할 것이다. 이들은 신약 개발 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을 원한다. 임상 시험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치료법을 빠르게 개발하는 것도 목표다.
- 의료 데이터 분석도 성장할 전망이다. 여러 의료 데이터를 정량, 표준화하고 의료 연구에 쓰기 좋게 바꿔주거나, AI 기반 진단 시스템이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돕는다.
생성 AI를 활용해 의료 시스템에 산재한 여러 지식을 쓰기 좋게 바꾸는 일도 담당한다.
건강관리 및 웰니스 사업은 지금보다 더 중요해진다. 혈당을 비롯해 주요 생체 정보를 간편하게 얻는 방법은 거의 개발이 끝났다. 평소 수집한 개인 정보를 의료 기관과 공유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곧 나올 전망이다.
사실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바꿨다. 건강 정보를 수집하고 운동하는 사람은 흔하고, 이십여 년 전과 비교해도 나이에 맞지 않게(?) 훨씬 젊게 사는 사람이 많다. 병원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줄었다.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대처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이젠 당연한 일이 됐다. 그런데도 아직 디지털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이제 막 꽃 피는 중이다. 가까운 미래, 진시황의 불로초를 대신할 수 있을지 어떨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