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만남
황혼 속에서 늘그막이 발견한 삶의 행복, 배움.
90세 인플루언서 화가 유재순
글. 홍보팀90세 인플루언서 화가 유재순
글. 홍보팀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마음을 가진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항상 발전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늘 배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KTR! 유재순 화가님의 용기와 끈기를 본받아 2024년 한 해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포기’를 먼저 배우고, 나를 둘러싼 환경에 적응하며 내 삶을 흘려보낸다. 흘러가는 시간에 익숙해지다 보면 변화가 두렵고 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작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재무회계실 유시라 실무원이 유재순 화가를 만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끊임없이 배울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와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를 듣고 KTR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유시라 실무원은 첫 질문으로 컴퓨터를 배우게 된 계기나 목표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지만 90세의 유재순 화가에게는 컴퓨터라는 물건 자체가 너무 생소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남아도는 건 시간뿐이라 매일같이 동창생들하고 모여서 여행 가고, 쇼핑하곤 했어요.
그런데 문득 ‘내가 지금 무얼 하며 살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소비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문득 젊은이들이 다 하는 컴퓨터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라고 못할 게 뭐가 있나라는 생각으로 컴퓨터를 배우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먹은 것 말고도 유재순 화가가 넘어야 할 벽은 많았다. 컴퓨터 학원을 알아보기 위해 둘째 딸의 도움이 필요했고,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교육을 듣고자 했을 때는 강사의 거부를 이겨내기도 해야 했다.
“나를 학생으로 받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던거죠. 수강생들은 거의 50-60대였으니까.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일 수업을 들으러 가고, 집에 와서는 복습을 했어요. 그러게 1년, 2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컴퓨터를 이해하게 됐어요.”
유시라 실무원은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물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작업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인생의 제2막을 열어준 아이패드 그림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높아 보이던 큰 벽을 넘어서고 나니 이제는 또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또 다른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어요. 컴퓨터 강사님에게 무얼 하면 좋을지 고민을 털어놓으니 그림을 추천해주더라고요. 평소 내 그림 실력이 좋았다고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더 고민 없이 그림 그리기에 좋다는 아이패드를 사러 매장으로 바로 갔어요.” 시작이 반이라는 사자성어처럼 한 번 배움의 물꼬를 트고 나니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 지 오래였으며, 끊임없는 배움의 욕구가 생겼던 것이다. 또다시 처음부터 아이패드를 켜는 법부터 배워야 했지만 유재순 화가는 멈추지 않았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천천히 사용법을 익히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을 가지지만 이것을 이겨내는 방법은 단순하다. 그냥 시작하면 된다.
“나같은 노인도 다 할 수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라고 못할 게 뭐가 있겠어요? 천천히 내 속도에 맞춰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나는 그만큼 성장해 있는 거예요. 나는 나이가 들어서 느리지만 유시라 실무원님은 아직 젊으니까 나보다 뭐든 빨리 배우고 습득할 거예요. 끊임없이 배우고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으면 돼요.”
지난 날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배웠던 날들을 회상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KTR이 되기 위해서 되새겨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언급해주었다.
유재순 화가가 SNS에 올린 그림이 벌써 천 점이 넘어간다. 유시라 실무원은 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냐고 물었지만 유재순 화가는 모든 그림이 다 소중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그림을 시작하면 절대 지우는 일이 없이 끝까지 그림을 완성하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그림이 전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끝까지 완성 시켜낸 자식 같은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내가 체력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입원을 했었어요.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해서 그림을 접을까 했었는데 SNS에 내 그림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댓글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데까지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어서 멈췄던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팬들이지만 유재순 화가는 ‘할머니, 그림 최고!’, ‘할머니 그림을 통해 위로를 받아요.’, ‘할머니 그림 언제 또 올려주시나요?’와 같은 팬들의 응원에서 힘을 얻고 삶의 생기를 되찾았다. 유시라 실무원은 그럼에도 힘이 들 때는 어떻게 슬기롭게 넘겨야 할지 자문을 구했다.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힘든 것도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전문적인 화가들에 비해 작품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림들인데 내가 꾸준히 올리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내가 희망적인 존재가 된 거잖아요. 그래서 KTR 여러분도 내가 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는 누군가 나를 보며 희망을 얻고 삶의 동기를 얻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냈으면 좋겠어요.”
유시라 실무원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나이나 다른 생각들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전해 달라고 권했다. 이에 유재순 화가는 “그냥 하면 돼요. 나 같은 늙은이 천대받지 않을까, 괜히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하세요. 하고 싶은 것도 살아 있으니 느끼는 거예요. 어차피 우리 늙은이들 언제 갈지, 누가 먼저 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인데,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보내느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요. 늙었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늙어서 뒤처지는 건 당연한 순리예요. 그러니까, 생의 마지막 날까지 희망하고 도전하세요. 삶은 아직 진행되고 있으니까요.”라고 응원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