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유
박물관 관람의 찐한 맛(?)을 느낀
소중한 시간
글. 홍보팀
글. 홍보팀
박물관은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국립박물관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유물을 전시하고 있어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코스다. 우리나라에는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봄볕 따뜻한 주말 오후 화학규제지원센터 오동민 수석연구원이 아내와 삼 남매를 대동하고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에 나섰다. 오동민 수석연구원 가족의 발걸음을 따라 박물관 나들이를 취재해 보았다.
오동민 수석연구원 가족이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였다. 오늘 박물관 여행은 큰 딸 유빈이가 준비했다. 평소 역사와 유물에 관심이 많은 유빈이는 가족 나들이 장소로 국립중앙박물관을 추천했다. 동생들도 책으로만 봤던 유물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하니 선뜻 동의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장은 7개 관 39개 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1만 점에 가까운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날 박물관 관람은 문화해설사 이희근 선생님과 함께 관람하였는데, 특별전시를 제외한 모든 전시관은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박물관을 모두 돌아보려면 며칠이 걸릴지도 모른다. 박물관 관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사전에 유물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더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 투어는 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 시대까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유물 20개 정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이 선생님은 유물이 담고 있는 숨은 이야기, 유물과 역사 이야기로 박물관 관람을 이끌었고, 아이들에게 유물 관련 질문을 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선사시대 관으로 이동하기 전에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이어폰을 살펴보았다. 다른 사람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해설사 선생님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어서 이어폰으로 들어야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관람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이어폰을 준비하고 있는데 오 수석연구원 가족은 각자 헤드폰을 미리 준비해 와 역사 탐방에 나설 만발의 준비를 마친 모양새였다. 아이들과 참 잘 어울리는 귀여운 헤드폰이었다. 해설사 선생님의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서 그런지 전시관을 관람하는 동안 아이들은 더 잘 집중했다. 그리고 때마침 박물관 관람 시간과 경천사 십층석탑 실감 영상 퍼포먼스미디어 파사드 ‘하늘 빛 탑’ 공연시간이 맞물려 아름다운 영상을 감상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박물관 투어는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강가나 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돌맹이처럼 보이는 것이 구석기시대 뗀석기라는 설명에 아이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하지만 경기도 연천군 전곡 지역에서 구석기 유물과 함께 무더기로 출토되었다는 설명과 미국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주한 미군 그렉 보웬 병사가 처음 발견했고 서울대학교 김원용 교수가 조사 발굴했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삼국시대까지 한 시간 정도 관람하는 동안 특히, 아이들은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이 해설사 선생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집중하고 있었다. 삼국시대 화려한 금관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자아냈다. 경주 고분에서 출토된 신라 금관 곡옥 장식을 보고 왕비가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측하는 등 유물 관람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백제 고구려 왕릉의 많은 유물이 도굴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둘째 은빈이었다. 은빈이는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질문에 늘 가장 먼저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백제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금관 장식이 왕의 것인지 왕비의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한참 관찰하더니 왕비의 것이라고 답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금관 장식에 연꽃 모양이 있어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빈이는 문화해설사 선생님으로부터 연꽃 문양을 눈여겨 본 것만으로도 대견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 8시(10월부터 2월까지는 저녁 7시) 경천사 십층석탑을 배경으로 증강현실 디지털 실감 영상 퍼포먼스 공연을 펼친다. 이 공연의 줄거리는 우리가 잘 아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사오정과 저팔계가 등장해서 인도로 가서 경전을 구해오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실제 탑 위에서 빛의 쇼로 펼쳐지는 것이다. 현대의 기술과 만난 하늘빛 고려탑에 담긴 이야기를 만끽할 수 있다. 막내 태양이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해서 빛의 향연에 빠져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람 소감을 얘기할 때도 영상 퍼포먼스가 가장 기억에 남고 다시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공연을 보며 잠시 휴식을 취했던 가족은 조선시대 전시관부터 다시 관람을 시작했다. 최근 이순신 장군 시리즈 영화의 마지막 편인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해 인기를 끌어서인지 아이들은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 관련 유물에 관심이 많았다. 일본군의 조총과 조선 수군의 화포 설명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임진왜란에서 일본군 격퇴에 일등공신이었던 비격진천뢰를 설명할 때는 전시관 유리를 뚫을 듯 집중했다. 비격진천뢰는 폭파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일종의 시한 폭탄으로 위력이 대단해 일본군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는 설명에 박수 치기도 했다. 문화해설사 선생님과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은 조선시대 궁궐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오동민 수석연구원의 아내이자 아이들 엄마 김해주 씨는 “유빈이가 박물관에 가고 싶다고 해서 내심 반가웠어요. 유빈이 방학 숙제 겸해서 박물관에 가끔 왔었지만 최근에는 올 기회가 없었어요. 은빈이와 태양이에게 조금 미안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미안함이 해소되었네요. 문화해설사 선생님이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저희끼리 왔을 때보다 훨씬 유익했어요. 정말 아는 것만큼 볼 수 있다는 말이 맞나봐요.”라며 국립중앙박물관 관람 나들이가 유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동민 수석연구원은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에 놀랐다는 얘기를 했다. “집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차가 막혀서 아이들이 지루해했어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그러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어요. 그런데 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어요. 다리 아프다고 하기는커녕 제 팔을 끌고 다녔어요. 집중해서 관람하는 아이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문화해설사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공주국립박물관과 부여국립박물관에도 꼭 가보겠습니다.”
해지기 전에 시작한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시간 마무리되었다. 꽤 긴 시간 동안 불평 없이 박물관 관람을 마친 아이들이 대견하다.